영화 <밀크>, 폭발하는 청춘, 불태우는 신념의 현장을 가다 by 스밀라




최근 한국에서 개봉한 <밀크>.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작품이고 개봉당시 미국 현지에서도 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주목받았던 작품인만큼 국내에서도 호응이 있을 거라 기대한다. 2009년 5월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존, 타마라와 함께 보다.

<밀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지역의원으로 활동하며 소수자 인권운동에 힘썼던 하비밀크와, 작고 자유분방한 사진가게에서 시작된 길고 어려운 여정을 함께한 그의 벗들, 그의 연인들에 대한 크로키다.
 
중간중간 하비 역에 분한 숀펜이 어둡고 비좁은 식탁에서 어깨를 움츠리고 유서를 대신해 목소리를 녹음하던 장면들이 아주 처연하면서도 정겨웠다. 샌프란시스코와 LA, 나아가 미국 전역을 뜨겁게 달군 게이레즈비언 인권운동의 크고 단단한 발자취인 그들은 구스 반 산트의 손길로 되살아나 열정과 신념을 한껏 분출한다. 다급하거나 흥겹고, 절절하며 진실한 화면들은 뜨거운 시대로 우리를 데려간다. 


한때 퓰리처상을 비롯한 다수의 상을 휩쓸었을만큼 열정적이었던 피쳐기사전문기자 존 아저씨는 식상하지는 않되 충분히 생생하고 감각있는 이 다큐영화의 형식미에 흠뻑 반했더라는.



2009년 6월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면서 하비밀크의 활동무대가 있는 카스트로(하비밀크가 처음 운영했던 사진가게 이름) 거리까지 자전거를 타고 올라 한나절 내내 퀴어문화의 정수(?)를 한껏 흡수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LGBT History Museum 에는 하비밀크의 인권운동기록을 비롯해 화끈하고 재미있는 전시물들이 있었다. LGBT들의 재기발랄한 운동역사를 짐작해볼 수 있다. (상단 사진 참조)

이를테면 이런 것들. 어느 이성애자가 만든 기록카드에는 지금까지 동침한 남자여자들의 인적상황과 그 자신의 성생활 통계수치가 있다. 손으로 서툴게 그린 표가 아주 희극적이다. 음란물로 분류할 만한 사진들도 있다. 남성들이 성기를 온통 드러낸데다, 카메라앵글은 아래서 위를 향했다. 게이커플의 결혼증명서도 빛바랜 종이 한장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거는 듯 하다. 씁쓸하게 조소를 날리며. "아직도 동성결혼이 안된다고? 21세기 맞니?"



카스트로 거리에서는 게이 레즈비언 커플들이 손을 잡고 팔짱을 끼는 것은 물론, 딱 달라붙어 애정행각을 서슴치 않기도 했다. 도로 양 옆의 깃발꽂이, 상점과 가정집 입구에서도 무지개깃발을 질리도록 볼 수 있다. 팬시용품점이나 DVD대여점에 가면 때로는 노골적으로, 혹은 은밀하게 동성애 관련물들이 빽빽이 늘어서 있다. 카드와 셔츠, 영상물, 축제용품과 각종 기념품들.. 자유분방하고 진보적이며 히피정신이 여전히 살아숨쉬는 샌프란시코의 개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 중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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