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삼촌, 타마라 이모 by smilla

청설모,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어. 젊고 무모하게 자신감 넘치는 나의 세계를 호기심을 갖고 지켜봐 주며, 나의 고뇌와 통찰에 언제나 진지하고 현명하게 간섭해주는 '나이든 친구'들 말이야.


존  아저씨와 타마라 아줌마가 그 분들이야.

존은 피쳐기사(탐사보도) 전문 기자야. 87년 수감자의 무죄를 증명하는 기사로 퓰리쳐상 수상하고 이후로도 2번 더 파이널 노미네이트 된 경력이 있어. 그 밖에도 다수의 저널리즘 상을 수상했더라. 아저씨를 옆에서 지켜보면, 아주 명석하거나 순발력있는 타입은 아니지만 꼼꼼하고 꾸준하며 집중력이 있는 분인 것 같아. 탐사기사에 어울리는 성품이겠지?  

지금은 ohmydog 이라는 개 전문 온라인 매거진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개 복제에 대한 책을 거의 완성했대. 황우석 박사 팀 및 서울대 수의대 등 우리나라 개 복제 산업과 기술현황을 조사하러 한국을 방문하고자 했던 계획을 계기로 나와 인연을 맺게 되었어. 결국 내가 미국으로 온 1월 말까지도 스케줄을 잡지 못해서 한국에서 그 분 작업을 돕지는 못했지만 알고보니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 살고 계셔서 처음 미국에 갔을 때 너무도 친철하게 이웃 분 집에 숙소를 구해주셨지.

5월 초 즈음, 세번째로 찾아갔을때 그 분 작업실에서 이틀간 '숙면'을 취하는 영광을 누리고 아저씨 상을 수상한 기사가 실린 신문 및 책자, 직접 만든 DVD를 '하사'받기도 했지. 특히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그 문제의 기사는 작은 사실 하나하나 까지도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캐낸 다음, 수감된 청년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정황 및 증언들을 엮은 큰 그림 안에 치밀하게 배치해 글을 써 냈더라.

하지만, 기자로서 이토록 화려한 경력 뒤에는 일중독으로 살아온 그늘이 있어. 2번 이혼하시고 지금은 타마라라는, 역시 일중독과 강한 자의식의 힘으로 살아온 40대 여성과 동거하고 있어. 한국에서 신생아때 입양한 아들이 18살인데, 아들보다 5살된 개 에이스를 더 챙기고 의지하는 그의 모습은 내가 보기에는 일종의 비극이었어. 사회적으로 인간적으로 훌륭한 아빠를 두었지만 충분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유대감을 쌓고 눈과 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던 조는 아주 명석하지만 애정결핍을 앓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어. 결코 큰 소리 내어 웃지도, 화내지도 않아서 때로는 어딘지 모르게 '체념'했다는 느낌을 주는 아저씨의 얼굴은 바로 그 때문일까. 
 

타마라는 40대 중반인데 지금 주로 개 관련 회사들을 클라이언트로 프리랜서 홍보전문가로 일하고 있어. 결혼에 실패하고, 바쁜 커리어우먼으로 살았지만 정작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것을 이루지도, 제대로 깨닫지도 못한다는 자괴감과 이날 이때까지 싸워온 사람이야. 존을 만난뒤로 마음도 생활도 좀 안정됐어. 얼마전부터 훈련을 못 받고 버려져서 생활습관이 엉망인 개를 임시분양 받아 적응훈련을 시키고 애정을 베풀어 주는 일을 시작했어. 페니라는 암컷 개 인데, 자폐증 아이를 대하듯이 소통이 어렵고 아직은 제 멋대로야. 못된 행동을 일 삼지만 결코 미워할수도, 내칠수도 없는 가여운 존재 말이야. 페니에게 굉장한 관심를 쏟는 타마라의 모습이 내게는 좀 위태로워 보이더라.

두 사람 다 굉장히 지적이고 현명한 사람들이라, 집 안 곳곳에서 두 사람이 쏟아놓은 감수성의 흔적들을 볼 수 있어.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평범하지도, 녹록치도 않은 삶의 역사와 아프고 쑤시는 경험들에 의해 태어났다는 사실은 새삼 나를 두렵고 슬프게 해. 남다른 이성을 꼼꼼히  벼르고 살아가는 것, 끊임없이 자신을 탐구하고 세상에 의문을 품는다는 것에는 어쩌면 내면적 충만함과 행복이라는 특별한 선물보다는 더 큰 대가가 따르는 것 같아서 말이야.



10년이 지나고 20년이 흐른 뒤 그들의 모습을 어떨까? 여전히 한 집에 머물며 묵묵히 서로를 지탱하는 오누이와 오래된 연인으로 살고 있을까? 그들이 나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었듯이, 나도 훗날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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