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색과 자유의 강렬함 by sm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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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6.5
Yerba Buena Center for Arts, Sanfransisco, USA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SFMoMA) 바로 맞은편에 자리잡은 에바부에나 예술센터는 규모면에서나 유명세에서나 현대미술관과는 비교대상이 못되지만, 어쩐지 내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풀밭과 인공폭포, 소박한 야외무대와 크고작은 금속조형물들은 그 곳이 개성있는 예술세계를 추구하면서도 누구나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분위기를 가꾸어놓았다는 인상을 주었다.


Nick Cave 의 Soundsuit 작품들은 눈에서 들어와 마음을 쾅쾅 두드리는 대단한 자극이었다. 아프리카 종교예식에 사용되는 의상들을 모티프로 soundsuit (만들어진 옷이 내는 소리를 따서 이름을 붙이고 기쁨.분노.흥분.슬픔 등을 표현한) 를 만들었는데, 그 재료들은 단추와 비즈에서부터 장난감, 뜨개질한 천, 모자, 가방, 카세트테잎 필름, 빨대, 스웨터,바지,장갑과 갑은 헌 옷가지까지 무궁무진하며 지극이 현대적인 것들이었다.


마네킹에 입혀져 있는 그 숨막히게 화려하고 기괴하면서 또한 '아름답다'는 찬사를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을 바라볼때 일어난 내 속의 변화는 깜짝 놀랄 만한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아주 원초적인 욕구, 성적 욕망이 문득 솟아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랫도리가 뿌듯-해지면서, '아- 세상에는 이렇게나 다양한 색깔들과 단추, 무늬, 줄무늬의 배색, 구슬들이 있구나' 하며 혼자 감탄하고 있었다.

색과 모양의 자유로움, 생각의 자유로움, 그리고- 표현의 자유로움. 그 무한한 상상력과 다양성의 세계를 훔쳐보면서, 그 별다른 장식도 없이 단순하고 수수한 갤러리 문 밖의 우리의 세계과 얼마나 답답하게 정형화 되어있는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취향의 차이를 반영한다며 조금씩 다르게 진열되어 있는 쇼윈도의 옷가지들. 그러나 결국 패션산업에 의해 '생산' 되고 '선도'되어 '판매'되는 현실을 비껴가지 못한다. 현대사회 뿌리깊게 자리잡은 옷차림의 매너와 고정관념은 변화무쌍한 듯 보이지만 끊임없는 소비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이미 식상한 패션시장과 꼭 맞물려있다. 하얀드레스와 검은정장, 스키니진에 어울리는 신발, 레깅스를 받쳐있어야 하는 원피스. 스타들이 코디하고 나니 조금 어색해 보여도 이미 유행에 되는 옷차림들.

적절하고 소위 '스타일 좋은' 옷차림과 어색하고 촌스러운 것이 개인의 영향력을 넘어 정해져버리는 우리 세계의 질서는, 조금 뒤집어보면 수많은 색의 아름다움과 선택의 자유를 억압하고 외면한 결과다. 이러한 정형화와 상품화는 또한 의衣문화 뿐 아니라 우리 삶의 전반을 지배하는 '당연한'논리인 것이다.

Nick Cave가 마네킹에 입혀놓은 옷들은 단 한벌 안에도 무수한 색과 무늬, 옷감이 동시에 들어가 있었지만 놀랍게도 어지럽고 부조화스럽다는 느낌보다는 아름답고 풍부하다는 인상이 강렬했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근대이전, 산업화 시대 이전의 옷들이 모두 현란하리 만치 대담하고 다양한 멋을 보여주는 것 처럼 말이다. 자연을 숭배하고 그것과 어울려 살 줄 알았던 그들은 그토록 아름다운 옷들을 입고 억압된 사고나 체면치레없이 자연속을 마음껏 뛰어다닐 줄 알았을 것이다.

색에 반응하고 소리에 움직이며 맛과 느낌을 쫒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
그것이 답이다. 삶의 방식과 철학에 답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면.
    



덧글

  • 2009/06/29 22:5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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